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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17의 게시물 표시

의미불명

최근 충치 치료를 했다 . 치료를 받은 직후에는 이가 시리고 욱신거려서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 그런데 불현듯 , 내가 " 이가 시리다 " 또는 " 욱신거리다 " 라고 표현하는 그 느낌이 , 다른 사람들이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느낌과 동일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예를 들면 , 우리가 사용하는 " 맛 " 을 표현하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 맛은 비교적 명확히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 부모가 말을 배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고 그 사탕의 맛을 표현할 때는 " 달다 "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가르칠 수 있다 . 이게 가능한 이유는 , 사탕의 맛은 먹는 사람 누구에게나 비교적 일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결과적으로 부모가 " 달다 " 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맛은 아이가 배워서 알게 되는 " 달다 " 라는 단어가 표현하는 맛과 동일하다 . 그런데 ,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표현하는 단어는 상황이 좀 다르다 . 물론 단순히 " 아프다 " 라는 단어는 쉽게 가르칠 수 있다 . 그러나 위에 언급한 " 이가 시리다 ", " 욱신거리다 " 와 같은 단어들뿐만 아니라 " 뻐근하다 ", " 쓰라리다 " 등등 복잡미묘한 통증을 표현하는 단어는 아이에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 이와 같은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를 인위적으로 아이가 느끼도록 할 방법이 없고 , 그렇다고 해서 그 느낌을 아이에게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 외국인에게 " 욱신거리다 " 라는 단어를 설명한다고 상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 결국 ,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 욱신거리다 " 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 그걸 듣는 다른 사람들이 연상하는 느낌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 경험

재벌 2세

돈이든 권력이든, 뭔가 "힘"을 가진 인간은 아무래도 겸손함과 자제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후진국의 독재자들을 보면 그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후진국들은 선진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을 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정치 지도자가 명성과 인망을 얻고, 결국 독립을 쟁취한 후 권력을 잡은 경우가 많다. 즉, 그들도 처음에는 독재자가 되고자 하는 권력욕 보다는, 나라를 위하는 순수한 마음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권력을 잡게 되면, 더구나 국가 전반의 시스템이 미비하여 권력자를 통제하기 어려운 후진국에서 권력을 잡게 될 경우에는 더더욱, 거의 필연적으로 부패한 독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스스로 겸손하고 자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내 직업은 영업사원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소매 영업은 아니고, 거래처의 "구매 담당자”를 상대하는 B2B 영업사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거래처 구매 담당자는 "갑"이고, 나는 "을"이다. 그런데, 장기간 구매 담당자로 일해온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본인이 항상 옳다고 믿고, 상대방은 나보다 열등한 존재이며, 내 의사에 따라 뭐든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매 담당자가 잘못을 해도 문제를 제기하는 "을"은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갑질"에 익숙해진 것이다. (물론, 개인의 인성이나 교육 수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전혀 없는 구매 담당자는 본 적이 없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재벌 2세들에 대한 것이다. 조그만 중소기업의 일개 구매 담당자 조차도 자신의 권한에 도취되어 추태를 보이고, 나라라고 보기도 어려운 후진국의 독재자도 왕과 다름 없는 안하무인의 삶을 산다. 하물

차악

우리나라 정치는 크게 진보와 보수 두가지 흐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니,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좀 더 극단적인 경향이 있을 뿐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진보 진영은 평등과 분배 등의 가치를 중시하고, 보수 측에서는 자유와 성장에 무게를 둔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의 보수는 사실상 지리멸렬한 상태다. 개인적으로 보수의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이 안타깝다는 뜻이 아니다. 박근혜와 같은 부적절한 정치인이 (사실은 보수의 가치와 상관이 없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이름을 걸고 대통령이 됐다가 결국은 문제를 일으키고 탄핵됨으로써, 오히려 보수를 궤멸시켜버린 현 상황이 아쉽다는 뜻이다. 물론, 이 부분은 보수 진영 전체의 책임도 크다. 정경유착, 부패, 불공정, 불평등 같은 것들은 사실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와 상관 없이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바로 "적폐"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이와 같은 적폐들을 야기한 사람들이 주로 보수 측 정치인이었다는 점이다. 즉, 이런 적폐들은 보수의 가치와 상관 없는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수와 적폐가 동일한 의미처럼 받아들여지게 됐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진보 측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로부터 더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들이 더 뛰어난 성품과 청렴함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나라 현대사 전반에 걸쳐서 그들이 권력을 잡았던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그런 적폐를 만들어낼 기회 자체가 적었을 뿐이다. (기회만 있었다면, 보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결과만 놓고 볼 때는, 진보 정치인들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더 적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보수의 가치를 믿는